일선 검사의 秋 작심 비판,
“인사·지휘·감찰 남발, 법적 책임 져야”
“법무부 장관은 법적,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제주지검 이환우 형사1부 검사가 28일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을 “그 근본부터 실패했다”며 작심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검찰 개혁에 대한 일선 검사로서 소회를 말씀드린다”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역시 정치인들은 다 거기서 거기로구나’하는 생각에 다시금 정치를 혐오하게 됐다”고 적었다.
이어 “그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관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낀다”며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의지가 느껴진다”고 했다.
이 검사는 “이로 인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 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는 크게 훼손됐다”며 “검찰 개혁에 대한 철학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공수처 수사의 정치적 중립은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했다.
이 검사는 “정치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의도를 가지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먼 훗날 부당한 권력이 검찰 장악을 시도하면서 2020년 법무부 장관이 행했던 그 많은 선례들을 교묘히 들먹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법적,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고 했다.
사법연수원 39기인 이 검사는 2016년 ‘국정 농단’ 사건 당시 검찰 조사를 거부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강제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최근에는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을 수사했다. 이 검사는 지난 1월 재판에서 피해자들의 사연을 얘기하고, 눈시울을 붉히며 고씨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추미애, 윤석열 감찰 지시...검찰 내부 “수사 뭉갠건 이성윤”
“여권 연루 의혹 물타기냐” 지적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27일 ‘옵티머스 사태’ 초기 사건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 추 장관은 전날 국감에서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시사하면서, 그 결과에 따라 윤 총장 해임 건의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었다.
법무부는 이날 “추 장관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2019년 서울중앙지검에서 처리한 옵티머스자산운용 관련 사건에 대해 대검 감찰부와 합동으로 감찰 진행을 지시했다”고 했다. 추 장관은 “옵티머스 초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그 인수자금에 대한 계좌추적 등 기초적인 조사조차 거치지 않고 당초 수사의뢰한 죄명 및 혐의의 대상과 범위를 대폭 축소해 전원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서 이른바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닌지 여부를 확인하라”고 했다.
한국방송통신 전파 진흥원(전파진흥원)은 지난 2018년 자신들이 옵티머스자산운용에 투자한 펀드 기금이 성지건설 무자본 인수합병에 쓰였다며 옵티머스 경영진에 대해 횡령 등 혐의로 수사의뢰했다. 사건은 같은해 10월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됐다.
서울중앙지검은 투자금이 투자제안서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투자계획에 따라 사용됐고, 전파진흥원이 투자금을 모두 회수해 재산상 손해가 없다는 등 점을 들어 이듬해 5월 무혐의 처분했다. 전파진흥원 측 진술 외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최근 여권에서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려 피해를 키웠다”며 윤 총장 책임론을 갑자기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지난 22일 국감에서 “부장 전결 사항이라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김유철 지청장도 “수사의뢰인에 대한 조사를 거쳐서 수사의뢰 범위를 확정한 후 이에 대해 모두 수사하고 판단했다”며 부실·누락수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에선 “여권 인사들의 로비 의혹이 담긴 ‘옵티머스 리스트’를 확보하고도 수사를 뭉갠 이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라며 “추 장관과 여당이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압박하기 위해 정치적인 감찰 지시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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