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0명에 사로잡히지 않겠다" '코로나19와 공존'으로 전환하는 국가들,,,!?
시기상조·확진자 급증 우려도 이어져,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속출하는 가운데 영국과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이 방역조치를 모두 해제하는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코로나19를 계절성 인플루엔자(독감)와 같은 감염병으로 관리해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기’로의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완전한 종식보다는 코로나19와의 완전 종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공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의 실험이 향후 코로나19에 맞서는 각국 대응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런 움직임의 선두주자격에 있는 국가는 영국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 관련 방역조치를 모두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이달 19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과 사적모임 규모 제한 등 모든 조치가 풀린다.
영국은 최근 인도에서 유래한 감염력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진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인구의 65%가 모두 백신 접종을 마쳤음에도 이달 들어 2만~3만명의 하루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점점 그 규모가 커지는 모양새다.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달 1일 2만7651명이었던 하루 확진자가 점점 늘더니 11일 3만 1614명을 기록했다.
영국 정부는 이런 확산세에도 19일부터 모든 코로나19 관련 제한 조치를 풀겠다는 방침을 내렸다.
코로나19가 당분간 종식되기 어렵다고 보고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이를 관리하면서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의 조치는 과감하다.
실내 마스크 착용 지침을 해제하면서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법적 의무가 사라진다.
대중교통과 같은 혼잡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사적모임 규모 제한도 사라진다.
실내외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 수의 제한이 없어진다.
병원과 공항 일부 장소를 제외하고 1m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는 규정도 사라진다.
밀폐공간 등 일부 제한적인 조치가 남아 있기는 하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나이트클럽이나 대규모 행사에서는 이른바 ‘코로나19 백신 여권’들 도입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끝까지 마쳤거나,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이거나, 과거 코로나19에 걸려 항체가 형성됐다는 점을 인증하라는 것이다.
다만 이는 따르지 않아도 무방한 권고 수준이다.
존슨 총리는 “봉쇄 완화 시점을 9월까지 미룬다면 날씨가 추워질 것이라며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도 이달 8일 코로나19 방역조치를 대폭 완화한 내용의 새로운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달 12일부터 식당 내 취식 가능 인원을 2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사전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250명까지 결혼식 참석이 가능하다.
8월 9일 독립기념일 행진도 진행하고, 연말에는 제한적이지만 해외여행도 허용하기로 했다.
싱가포르는 인구 10명 중 4명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코로나19 확산상황이나 백신 접종률이 좋은 편이다.
이달 26일 쯤에는 인구 절반이 백신 접종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100명 이하의 하루 확진자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구 절반이 접종을 마치면 식당 내 취식 가능 인원은 8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영화 상영이나 교회 예배, 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행사, 스포츠 관람, 결혼식 참여 인원도 500명까지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앞서 지난달 31일 대국민 연설에서 "검사와 백신 접종 등을 통해 코로나19를 관리하며 정상적 생활로 돌아가는 '뉴노멀(새로운 일상)'을 추진하겠다"며 새로운 로드맵의 취지를 소개했다.
싱가포르 정부도 코로나19와 공존에 대비해 방역과 통계 시스템 등을 발빠르게 정비하고 있다.
접촉자 추적과 격리 규모를 축소하고 일일 신규 확진자보다는 집중 치료 환자 수와 산소 삽관치료 환자 수, 감염자의 백신접종 여부를 공식 통계에 반영하기로 했다.
확진자 추세에 집중하고 지상목표였던 ‘확진자 0명’에 사로잡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백신을 맞은 사람의 감염과 중증 발전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런 조치가 독감이 유행에 대응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호주 정부도 싱가포르와 동일한 방역 정책 전환을 고려하고 있고 미국도 모든 학교에 가을학기 정상수업을 권고하는 등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기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 국내 전문가들도 이들 국가처럼 방역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 교수)은 지난달 11일 공개된 서울대 유튜브 ‘샤로잡다’에 출연해 “코로나19는 토착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오 위원장은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며 “결국 독감처럼 백신을 맞으며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 한다”고 내다봤다.
면역학자인 이왕재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도 최근 유튜브 채널인 펜앤드마이크TV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완전 종식은 불가능한 이야기며 계절성 독감처럼 관리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한편에서는 코로나19 함께 살아가기와 함께 취해지는 방역완화 조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전세계 과학자 120명은 최근 국제학술지 랜싯에 영국의 방역 규제 해제와 관련해 게재한 공개서한에서 "위험하고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자칫 코로나19 확진자를 찍어내는 일종의 공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11일 영국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유로2020(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결승전이 열린 날 축구팬들이 모여 대규모 응원전을 벌였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마이라 밴 커코브 WHO 코로나19 기술 책임자는 이날 개인 트위터계정에 “코로나19와 델타 변이는 마스크도 안 쓰고 악을 쓰며 소리치고 노래하는 붐비는 상황에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WHO 관계자가 특정 국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도 이달 7일 “방역 조치 완화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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