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7일 금요일

"분유 싣고 2만km"...!? '기적' 만든 아프간인 피란 작전,

"분유 싣고 2만km"...!? '기적' 만든 아프간인 피란 작전,

작전명 ‘미라클(Miracle)’. 말 그대로 기적 같은 ‘탈출’이었다.


한국 정부에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인들을 한국까지 이송하는 과정은 긴박함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이송자들을 태운 군 수송기가 카불공항에서 이륙한 25일(현지시간) 직전 탈레반은 현지인 탈출을 막기 위해 공항 가는 길을 봉쇄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24일 카불 공항에 도착한 한국 공군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외교부 제공

잠시만 지체했어도 탈레반의 총구 앞에 자유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핏덩이' 안고 자유의 여정 감행,

“자력으론 불가능합니다. 다 죽습니다.”


22일 미국 주도의 20개국 외교차관 회의는 성토장이 됐다.


자국에 협력한 아프간인 이송 작전을 펴던 국가들은 너도나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같은 날 카타르로 피신한 주아프간 대사관 직원을 다시 카불로 급파해 현지 조력자들을 빼낼 구상을 하던 정부의 고민도 커졌다.


거리 곳곳에서 탈레반 대원들이 현지 주민들에게 총구를 겨누고 몸을 뒤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운 좋게 공항에 당도해도 1만 명 넘게 북적대는 공항 입구를 뚫기가 난망했다.


행운이 찾아왔다.


미국이 탈레반과 협상 끝에 버스를 대절해 아프간인들을 공항까지 실어 나를 수 있게 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 손에도 버스회사 연락처가 적힌 메모가 쥐어졌다.


현지에 급파된 선발대는 하루 만에 버스 6대를 확보했다.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대사관 직원들은 휴대폰에 불이 나도록 전화를 돌렸다.


일찌감치 만들어 둔 ‘비상연락망’이 유용했다.


주요기관 아프간 대표들을 중심으로 “집결지 2곳에 00시까지 도착하라”는 메시지가 은밀히 전달됐다.


아프간 조력자들이 속속 집결지로 모여들었지만, 카불 군 공항으로 향하는 길은 험난하기만 했다.


탈레반의 검문을 피하기는 여전히 버거웠다.


버스 안 아프간인들의 눈에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공항 입구에 겨우 도착하니 다시 운집한 사람들을 헤치고 나아가야 했다.


거듭된 검문과 정부가 미리 전달한 증명서를 토대로 신원확인 절차를 거친 25일 새벽, 겨우 이송 준비가 끝났다.


총 365명. 5세 미만 영유아가 100명이 넘었다.


심지어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핏덩이도 3명이나 됐다.


 

분유·젖병까지 실은 군 수송기 3대 급파,

군 당국은 버스 확보 소식을 접한 23일 오전 1시 수송기를 띄웠다.


300여 명 정원의 KC-330 1대와 C-130J 2대가 아프간으로 향했다.


이송 명단에 영유아가 많이 포함됐다는 얘기를 듣고 분유와 젖병, 매트리스도 충분히 실었다.


군 당국자는 25일 “아프간 조력자들의 새로운 삶과 수송 작전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미라클을 작전명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기적을 바라야 할 만큼 완벽한 이송을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24일 카불 공항에 도착한 한국 공군 수송기로 이동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아시아 하늘을 가로질러 이륙 11시간 뒤 KC-330이 카불 공항과 1시간 떨어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공항에 내려앉았다. 곧이어 C-130J도 착륙했다.


카불의 아프간인들과 군 당국은 동시에 움직였다.


군 수송기는 이송 대상자들이 공항에 진입했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이륙했고, 신원 확인을 마친 아프간인들은 셔틀 버스를 타고 활주로로 향했다.


아기를 안고 짐을 바리바리 든 아프간인들이 좌석 대신 매트리스가 깔린 KC-330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건장한 남성 일부는 C-130J에 나눠 탔다.


그렇게 365명은 압제의 땅을 벗어나 25일 오후 6시 10분 이슬라마바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전날 먼저 온 26명까지 391명은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아프간까지 9,000㎞, 왕복 2만㎞의 초유의 작전도 성공을 눈앞에 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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